첫 휠 빌딩 소감
자전거를 오래 타다 보니 자꾸만 눈앞에 휠셋이 아른거렸다.
지금 쓰는 휠셋도 그리 나쁘지 않지만 허브와 림 제조사가 어딘지도 모르는 듣보 느낌에 이곳저곳 피어난 스포크의 녹이 계속 번지는 상태라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스포크는 스테인리스로 해야겠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처음에는 기성 휠셋을 알아봤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 제품이 없었다.
언제부턴가 미니벨로 쪽 추세가 얇은 타이어를 사용해서 지면과의 마찰을 줄이고 스포크 사용을 최대한 절제하여 공기 저항마저 줄이는 에어로 한 흐름이라 내가 원하는 휠셋을 찾기가 힘들었다.
휠 크기가 작아질수록 스포크 길이도 짧아지고 구조적으로 더 견고해지므로 406휠 정도라면 28홀 이상은 큰 의미 없다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제법 무게가 나가는 전기 자전거인데 튼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내년에는 패니어와 함께 잦은 여행을 생각 중이라 특히 뒷 휠은 튼튼하게 만들고 싶었다.
어쨌든 입맛에 딱 맞는 휠셋을 쓰려면 직접 만드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인터넷을 뒤적여 정보를 얻고 부품들을 하나씩 주문해서 모았다.



휠셋 부품은 한 번에 다 주문할 수가 없다.
허브와 림의 규격이 모두 제각각이라 그 부품들과 조합되는 스포크 길이 또한 일정한 기준 없이 천차만별인데다가 크로스 패턴에 따라 스포크의 길이가 또 달라지므로 이것들을 계산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 결과를 반영하여 주문해야 한다.
다행히 수치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사이트가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계산기의 도움을 받아 최적의 길이로 주문했던 스포크와 니플이 왔다.
스포크는 녹에 강한 스테인리스 재질로 그냥 보기에도 품질이 꽤 좋아 보였고 니플은 무겁지만 단단한 황동 재질로 내구성이 아주 좋을 걸로 기대된다.
이번 휠 빌딩 작업은 튼튼함이 우선이라 무게보다는 소재의 강도에 집중했다.

그동안 기성 휠셋으로 림 정렬만 했지 직접 휠셋을 짜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우려와는 달리 스포크를 패턴에 맞춰 조립하는 작업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다만 휠셋이 완성되어갈수록 스포크를 림 홀에 넣는 게 어려워져 힘이 꽤 들었는데 노하우가 쌓이면 좀 더 수월해지리라 생각된다.


휠셋이 완성되어 무게를 재보니 앞 휠은 제법 가벼웠지만 뒷 휠은 꽤 무거웠다.
아마 스포크 갯수와 패턴의 영향이 큰 것 같았는데 경량 휠셋 제조사들이 이런 것들에 집착하는 이유가 납득이 되었다.


비교를 위해 기존 휠셋의 무게도 측정해 봤다.
이 휠셋은 티티카카 에어 제품에 들어가는 순정 휠셋인데 앞뒤 모두 28홀에 2크로스 패턴이다.
앞 휠은 하중이 많이 걸리지 않으니 이런 패턴이 크게 나쁘지 않지만 뒷 휠은 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일반 자전거보다 꽤 무거운 전기 자전거에 어울리는 휠셋은 아닌 것 같았다.
측정된 무게를 비교해 보니 앞 휠은 기존보다 가벼워졌지만 뒷 휠은 무거워졌다.
무게를 손해 봤지만 대신 튼튼함을 얻었으니 나쁘지 않다.
새로 짠 앞 휠 629g - 기존 앞 휠 694g = -65g
새로 짠 뒷 휠 939g - 기존 뒷 휠 869g = +70g


디스크 브레이크용 휠셋은 림 브레이크용 보다 림 정렬로부터 자유롭다는 게 큰 장점이다.
제동은 로터가 담당하니 약간의 꿀렁임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마무리 작업은 세심한 림 정렬보다는 스포크 장력 균일화에 무게를 두었다.
일반적으로 휠셋의 허용 가능한 스포크 장력은 평균 값의 20% 안쪽이다.
물론 더 정밀하게 조정하면 그만큼 완성도 높은 휠셋이 되지만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간다.
작업을 끝내고 마지막으로 재보니 뒷 휠은 15% 이내였고 앞 휠은 10% 안쪽이었다.
수차례 테스트 라이딩을 거치고 스포크가 제자리를 잡은 후 다시 재어봐야 하겠지만 일단은 나쁘지 않은 결과인 것 같다.


날이 꽤 추웠지만 새 휠셋으로 달리고 싶어 잠깐 테스트 라이딩을 다녀왔다.
달리는 중에 휠에서 텅텅거리는 소리가 아주 가끔 나다가 사라졌다.
보통 자전거에서 잡소리가 들리면 신경이 쓰이는데 이 소리는 스포크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소리라서 기분이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