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11일 ~ 14일
제주 올레 13코스 저지리 ~ 16코스 광령 초등학교
올 초부터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제주 올레를 돌고 있습니다.
1코스 출발점인 시흥 초등학교에서 시작하여 이제 16코스 종점인 광령 초등학교를 지났네요.
이번에 다녀온 서북쪽 코스는 바당올레도 있었지만, 그보다 저지리와 수산리 같은 내륙 쪽 코스가 고즈넉하니 좋았습니다.
다만 제주시에 가까워질수록 비행기 소리가 점점 커져 그게 조금 불호였네요.
...
저지리 한쪽에 작고 아담한 편의점이 있습니다.
목이 너무 말라 제가 좋아하는 조합인 탐스 제로와 얼음컵을 계산하는데, 마시기 좋게 사장님이 직접 컵 포장을 다 제거해서 주시더군요.
그리고 문 열고 나올 때 뒤에서 들려오는 사장님의 낭창한 기분 좋은 목소리.
"행복한 하루 보내셔요!!"
여기 들른 분이라면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가 들어오는 손님에게 장난 거는 냥이 친구와 함께 다정한 사장님의 목소리가 계속 기억나실 것 같습니다.
...
바닷길 따라 한림항을 지나면 올레 코스가 내륙으로 접어듭니다.
화살표가 있지만 눈에 잘 띄지 않아서 처음 오시는 분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이죠.
저도 지나쳤다가 다시 되돌아가는 중이었습니다.
맞은편에서 올레꾼처럼 보이는 중년 남자분이 오시더군요.
아이고 저 분도 길을 잘못 드셨나 보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여쭤봤습니다.
"(다가가며)혹시 올레 걸으시나요?"
"(대수롭지 않은 표정)에"
"이 길 아닙니다 저ㅉ..."
"알아요(대략 아이유 안사요 짤 느낌)"
"(뻘쭘)..."
...
코로나 이후로 결벽증 같은 게 생겨서 마스크를 쓸 수 없는 실내 환경인 곳은 웬만하면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행 중 식당을 가본 적이 없네요.
아침은 보통 테이크아웃 김밥이나 편의점 도시락(야외 테이블 필수)으로 해결하고, 점심은 행동식으로 때웁니다.
중간에 편의점이나 식사할 곳이 마땅치 않은 코스가 대부분이라 행동식이 편하더군요.
저녁도 숙소에서 해결하거나 야영할 경우에는 텐트에서 먹죠.
후쿠시마 핵폐수 방류 이후로 김밥, 수산물 다 끊은 상태라 요즘은 선택지가 더 가벼워졌네요.
어제도 수산리의 어느 작은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아침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백종원이 팔짱 끼고 제대로 한 판을 외치는, 제육이 주메뉴인 평범한 도시락이었습니다.
한쪽 구석에 먹음직스럽게 담긴 게맛살 반찬이 있더군요.
조용히 그 부분만 덜어내고 먹었습니다.
...
중산간의 자연휴양림에서 야영을 하거나 한적한 올레길 위주로 다니다 보니 여느 시골길처럼 조용한 버스정류소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도 없는 정류소에서 혼자 덩그러니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면 지나가는 버스는 다 멈췄다가 가곤 합니다.
괜히 저 때문에 필요 없이 멈추는 게 불편해서 언제부턴가 손으로 의사 표시를 하게 되더군요.
...
언제부턴가 배낭 메고 걸으면 그렇게 승모근이 아프더군요.
오늘 정형외과에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경추가 원인으로 나오네요.
앞으로 무거운 것 들거나 메지 말고 자전거도 한 시간 이내로만 타야 한다고...
이제 백패킹은 어떻게 해야 하나, 자전거 전국 일주도 계획 중인데 접어야 하나...
주섬주섬 관련 정보도 좀 수집하고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네요.
이렇게 조금씩 늙어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