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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캠핑

배 타고 떠나는 제주 환상 자전거 캠핑

제주 환상 자전거길에서 며칠 자전거 타다 왔습니다.

환상 자전거길이라길래 그냥 환상적으로 예쁜 길이라는 의미인 줄 알았는데 숨겨진 뜻이 있더군요.

 

環(고리 환), 狀(형상 상).

고리 모양의 길이라는 의미가 포함된, 제주의 느낌이 오롯이 녹아든 중의적인 표현입니다.

그렇습니다. 환상 자전거길은 해안 도로를 따라 조성된, 제주를 일주할 수 있는 자전거길입니다.

 

 

 

...

 

며칠 동안 자캠할 거 주섬주섬 챙긴 다음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역에 왔습니다.

목적지는 부산 연안여객터미널.

자전거 때문에 배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반갑다. 뉴스타호야.

네 덕분에 다시 제주도에서 자전거 탈 수 있게 되었구나. 고마워.

그렇게 처음 보는 덩치 큰 친구와 인사를 나눴습니다.

 

원래는 블루스타호와 레드스타호가 번갈아 운항했었는데 너무 낡아서 모두 퇴역했죠.

새 친구가 올 때까지 부산 제주 뱃길은 없었습니다.

 

뉴스타호는 항상 저녁에 출항합니다.

목적지까지 무려 12시간이나 걸리는 장거리 노선이기 때문입니다.

저녁 7시에 출항하면 다음날 아침 7시에 제주항에 도착하죠.

 

 

 

 

태풍 때문에 늦게 출항한 뉴스타호 갑판에서 신선대 부두를 바라봅니다.

부산 영도와 신선대 부두를 연결하는 부산항 대교가 제주로 떠나는 여행자를 익숙한 몸짓으로 배웅합니다.

아직 한여름이지만 입추가 지나서 그런지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찬 기운이 조금씩 묻어나네요.

 

 

 

 

...

 

밤새 잠을 설쳤습니다.

여객선 특유의 진동과 흔들림 때문에 잠들기 쉽지 않더군요.

갑판에 나와 약간은 멍해진 눈으로 여행 첫날의 떠오르는 해를 바라봅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원당 오름과 사라봉이 마중 나와 주었네요.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정말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입니다.

따가운 8월의 햇살을, 마주하는 바람이 식혀줍니다.

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 충만한 그런 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이호에서 해물라면 한 그릇 후딱 하고, 애월 지나 한림까지...

말 그대로 환상 자전거길, 그 길 따라 비양도를 뒤로한 채 서쪽으로 서쪽으로 계속 달려나갑니다.

 

 

 

 

어느덧 대정까지 왔습니다.

저 멀리 아스라이 모슬봉과 산방산이 처음으로 눈에 들어오네요.

탁 트인 대정 평야의 광활함이 인상적입니다.

 

 

 

 

모슬포를 지나쳐 하모해수욕장에 도착했습니다.

해수욕장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

 

아직은 그래도 해수욕하기 어색하지 않을 때이지만, 이곳은 그저 고요하기만 합니다.

바람마저 숨죽이고 지나가네요.

잠자리를 만들기 위해 주섬주섬 배낭을 해체합니다.

 

 

 

 

뚝딱뚝딱 텐트 치고 하룻밤 묵을 잠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종일 달렸더니 배가 너무 고프네요. 밥부터 해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녁거리를 구하기 위해 모슬포로 나가봅니다.

 

 

 

 

오늘 저녁 메뉴는 두부김치찌개입니다.

찌개와 함께 오랜만에 막걸리 한잔하기로 했습니다.

원래 제주막걸리를 사려고 했으나 옆에 유명한 장수막걸리가 있길래 호기심에 집어왔습니다.

 

처음 먹어본 장수막걸리, 제 점수는요....................so so.

다음부턴 그냥 제주막걸리 사 먹기로 했습니다.

 

 

 

 

...

 

다음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구구... 구구... 구구...

처음에는 이상했지만 지금은 아주 익숙한, 비둘기 알람이 어디선가 계속 울려옵니다.

 

운이 좋은지 자전거 타기 좋은 날이 계속 이어지네요.

다시 떠나기 위해 주섬주섬 배낭을 꾸렸습니다.

 

바람마저 돌아가는 고즈넉한 이곳 하모 해변, 만든지 얼마 안 된 듯한 튼튼한 데크.

덕분에 하룻밤 편안히 잘 쉬다 갑니다.

마음속으로 감사함을 전하며, 언제나 그렇듯이 온 듯 안 온 듯...

 

 

 

 

자전거는 환상길 따라 계속 달려나갑니다.

어느덧 산방산이 꽤 가까워졌지만, 대정 평야의 광활함은 끝없이 계속 이어집니다.

햇살은 점점 따가워 오고, 입고 있는 저지는 조금씩 땀으로 젖어듭니다.

 

 

 

 

대정은 슬프디 슬픈 곳입니다.

섯알 오름, 알뜨르 비행장, 백조일손지묘 등 다크 투어리즘의 중심입니다.

슬픔을 위로하듯 커다란 소녀상이 파랑새와 마주 보며 서 있네요.

들풀처럼 스러져간 영혼들의 명복을 빌어봅니다.

 

 

 

 

최남단 해안로 끝머리에서 형제섬을 만납니다.

저 멀리 박수기정과 화순 금모래 해변이 아스라이 보이네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형제 해안로, 제주의 남쪽 길이 시작되는 곳입니다.

 

 

 

 

형제 해안로 지나 산방 연대 넘어, 박수기정이 가까워졌습니다.

왼쪽은 웅장한 산방산, 오른쪽은 탁 트인 황우치 해변의 절경이 여행자의 가슴에 문신처럼 새겨집니다.

산방 연대의 여운을 뒤로한 채 다시 페달을 밟아봅니다.

 

 

 

 

안덕과 중문을 지나 강정으로...

다시 서귀포에서 남원을 거쳐 표선까지 왔습니다.

출발이 늦어서 그런지 표선에 도착하니 깜깜한 밤입니다.

 

하루 종일 달렸더니 많이 피곤하네요.

헤드랜턴에 의지하여 재빨리 텐트를 치고 쉴 준비를 합니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기약 없는 시간들.

Goodbye to Romance의 트럼펫 소리가 마음속에 울려 퍼지네요.

밤이 점점 깊어갑니다.

 

 

 

 

...

 

일기예보를 들으니 비가 올 거라고 해서 표선에 그냥 하루 머물기로 했습니다.

근데 아침에 구름이 조금 보이더니 이내 햇살이 비쳐오네요.

그렇게 일기예보는 저를 배신하고 말았습니다. 쩝~

 

세상만사 예상대로 흘러가는 게 있나요? 그냥 그때그때 맞춰가며 살아가는 거죠.

소나무 그늘이 간당간당해서 재빨리 타프를 꺼내어 텐트 위로 쳐봅니다.

 

 

 

 

이곳저곳 촉촉하게 스며든 햇살 따라 가볍게 산책하러 나왔습니다.

여전히 표선 바다는 눈부시게 아름답네요.

잔잔히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 한숨 가득 들이켜봅니다.

작년 이맘때에도 이런 기분 좋은 내음이 녹아있었죠.

 

 

 

 

그렇게 마치 동네 주민인 것처럼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결국, 온다는 비는 오지 않았네요.

밤은 깊어가고, 하늘의 별들이 반딧불이처럼 마음속에 하나둘 새겨집니다.

 

 

 

 

...

 

다음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비가 올 것 같으면서도 뭔가 애매한, 구름의 형태가 시시각각 변해갑니다.

기상청에 들어가니 우산 그림이 마구 그려져 있습니다.

 

오늘은 정말 비가 오는 걸까요?

기약 없이 떠나온 여행.

바람이 간헐적으로 세차게 불며 지나갑니다.

 

 

 

 

도서관에서 에어컨 바람 쐬다가 돌아와보니 대참사가...

원인은 타프였습니다.

측면에서 강한 바람이 몰아치니 타프가 밀리게 되고, 안에 있던 텐트의 폴이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부러져 버렸네요.

 

바람이 강해질 걸 예상하고 스톰가드를 설치했어야 했는데... 이미 늦었습니다.

부러진 폴과 함께 텐트까지 찢어지고, 제 마음도 함께 찢어졌습니다.

 

 

 

 

일단 타프를 철수한 다음 텐트에서 폴을 분리했습니다.

부러진 폴의 단면이 이렇게 날카로우니 원단이 찢어질 수밖에요.

 

 

 

 

일단 스페어 폴을 꺼내어 다른 폴과 같은 길이로 재단한 다음,

 

 

 

 

부러진 폴이 있던 자리에 스페어 폴을 끼워 넣었습니다.

 

 

 

 

다시 텐트에 폴 삽입...

 

 

 

 

텐트 원단이 더 찢어지는 걸 막기 위해 급하게 바느질한 다음 마무리했습니다.

보기엔 좀 이상해도 대충 잘 복구된 것 같습니다.

혹시나 싶어 스페어 폴을 챙겨두었는데 이렇게 요긴하게 쓰이네요.

이제 좀 한숨 돌려도 될 것 같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부랴부랴 텐트에 스톰가드 박은 다음 타프를 텐트 옆에 다시 설치했습니다.

이제 복구도 다 됐고, 시간도 때울 겸 새로운 버섯 레시피를 개발해보기로 합니다.

아침에 먹었던 버섯볶음이 괜찮았거든요.

 

 

 

 

마트에서 팽이버섯과 햄을 좀 사 왔습니다.

밥하는 동안 먹다 남은 김치 좀 꺼내 놓고 고추참치도 함께 준비합니다.

나머지 재료(라고 해봤자 햄과 버섯 두 가지 뿐)를 손질해서 한곳에 담아두고 나니...

밥이 다 되었네요.

 

 

 

 

자 이제, 팬에 식용유를 두른 다음 팽이버섯과 햄을 같이 넣고 볶습니다.

지글지글~

 

 

 

 

재료들이 어느 정도 볶아진 걸 확인하고 밥 투척.

계속 볶아나갑니다. 지글지글 지글~

 

 

 

 

대충 다 볶아지면 테이블에 올려서 페퍼 솔트 살살 뿌려주면 완성!!

참 쉽죠?

팽이버섯 볶음밥, 제 점수는요.......................gooood!!

 

보기엔 대충 만든 것처럼 보여도 고소하니 아주 맛나네요.

고추참치와의 궁합도 나쁘지 않습니다.

마음속 캠핑요리 리스트에 새로운 요리가 하나 추가되었습니다.

 

 

 

 

그렇게 또 표선에서의 하룻밤이 깊어갑니다.

저 멀리 아스라이 떠 있는 어선의 불빛과 밤하늘의 별들이 여행자의 가슴에 오롯이 녹아드네요.

기분 좋은 미풍이 살짝 불어오는가 싶더니 이내 등 뒤로 사라집니다.

 

 

 

 

...

 

아침이 밝았습니다.

드디어 일기예보에서 비 소식이 사라졌네요.

떠나기 전에 간단하게 아침식사부터...

 

 

 

 

여행자라면 누구나 지친 영혼을 내려놓을 수 있는 소울 플레이스가 하나쯤 있기 마련입니다.

제게도 그런, 고향처럼 마음을 둘 수 있는 곳이 한군데 있습니다.

어떻게 찾았냐고 물으신다면...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하늘은 맑고, 불어오는 바람은 순풍입니다.

오늘도 운이 좋네요.

언제나 그렇듯이 온 듯 안 온 듯...

 

 

 

 

표선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해 먹고 길을 나섰습니다.

목적지는 김녕 아니면 함덕입니다.

김녕이 함덕보다 가까우므로 일단 김녕에 가서 분위기를 보고 결정해야겠네요.

 

신풍 목장과 두모악이 있는 삼달리를 지나 온평리에 다다릅니다.

온평리에 오면 항상 예전에 올레길 걷던 생각이 나곤 합니다.

당시 아무것도 몰랐던 초보 여행자는 하루 만에 두 코스를 걸었더랬죠.

한여름 뙤약볕에 벌겋게 맨살을 다 태워먹었던... 지금 생각하니 웃음이 나네요.

 

온평리에서 처음으로 수줍게 모습을 보여주었던 일출봉은 광치기 해변에서 온전히 자신을 드러냅니다.

제주의 서쪽에 산방산이 있다면 여기 동쪽에는 일출봉이 있죠.

다크 투어리즘, 두 봉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 제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성산을 지나 종달리에서 간세를 만났습니다.

이 특별한 간세는 제주 올레의 마지막 루트인 21코스의 마침표를 찍는 곳입니다.

올레를 완주한 올레꾼이 마지막으로 스탬프를 찍는 곳이죠.

그때의 그 초보 여행자도 이곳을 거쳐갔더랬죠.

 

잠시 그때로 돌아가 그 친구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고 싶습니다.

"폭삭 속았수다."

 

 

 

 

종달리를 지나 하도 해변으로 접어듭니다.

자전거 길 양옆으로 펼쳐진 탁 트인 바다, 곧게 뻗은 직선주로를 달려나갑니다.

바닥이 훤히 비쳐 보이는 투명한 백사장 저 멀리 우도의 끝자락이 간당간당하게 걸려있네요.

 

 

 

 

잠시 달리기를 멈추고 별방진에 올라 하도리의 작은 포구를 바라봅니다.

제주의 핫 플레이스인 성산리와 월정리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달콤한 휴식과 같습니다.

패니어를 양쪽에 단 자전거 여행자가 무심한 듯 지나쳐갑니다.

 

 

 

 

하도리를 지나 평대리와 월정리 구간으로 접어듭니다.

제주의 핫플레이스인 월정리는 이미 상업적인 공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제주에 있지만 제주는 없는 곳...

 

언제부턴가 평대리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아직 제주의 아이덴티티가 군데군데 남아있는 듯하네요.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의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는 곳, 평대리를 지나 계속 달려나갑니다.

 

 

 

 

쉬엄쉬엄 달리다 보니 박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날이 슬슬 저물어갑니다.

아무래도 함덕보다 조금 가까운 김녕에 머물러야 할 것 같습니다.

행원리 풍력 발전기 너머로 색을 더해가는 석양이 오늘따라 더 예쁘게 느껴지네요.

 

 

 

 

예전에 이 길을 걸었던 초보 여행자도 행원리의 이국적인 풍경에 감동받았더랬죠.

바람 따라 빠르게 흘러가는 제주의 구름을 벗 삼아 함께 다니곤 했었습니다.

그때의 그 구름이 오랜 친구를 반겨주네요.

 

 

 

 

저녁노을 가득 머금은 김녕 성세기 해변에 도착했습니다.

한층 짙어진 노을 속에 지난 시간들이 녹아듭니다.

그때의 그 때묻은 회색빛 백구 녀석은 지금도 잘 지내는지...

성새끼없이 이름만 남은 김녕 해변처럼 빨간 가방과 함께 얕은 기억만 남았습니다.

 

 

 

 

해변의 가장자리 적당한 곳에 텐트를 쳤습니다.

바람이 잦아들어 더없이 좋은 저녁입니다.

성수기가 막 지나간 8월의 김녕 해변에 고즈넉함이 깃듭니다.

 

 

 

 

아직 8월이라구...

성수기 지났다고 이렇게 밤공기가 차다니...

대충 한 겹 더 걸치고 설정샷 한번 날려봅니다.

 

아~ 너무 좋은 여름밤 냄새.

영원한 보헤미안, 이상은의 무심한듯한 보이스에 김녕의 내음이 녹아드네요.

삶은 여행의 선율과 함께 고요한 밤이 깊어갑니다.

 

 

 

 

...

 

여행자는 첫 캠핑의 기억을 잊을 수 없는 법이죠.

기나긴 밤이 지나고 서서히 아침이 밝아올 때, 텐트 속에서 맞이하는 아침 햇살의 느낌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그때의 그 상쾌했던 아침 공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김녕의 아침입니다.

 

 

 

 

다시 떠나기 위해 열심히 정리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다가와 말을 걸어옵니다.

"와~ 뷰가 너무 좋네요. 사진 한 장 찍어드릴까요?"

"네?"

"사진 한 장 찍어 드릴게요."

 

카메라를 건네자 그녀는 텐트 주위를 돌며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나갑니다.

풍력 발전기가 인상적이었던 걸까요?

모든 사진의 한쪽 귀퉁이에 슬쩍 들어와 있는 그것은 이미 김녕의 아이덴티티가 된 듯합니다.

 

표선, 안덕계곡, 돈내코, 굴업도, 사슴, 족제비, 교래리, 판포리, 안장봉, 배낭, 자전거...

그렇게 우리는 김녕의 따뜻한 햇살 아래서 몇 개의 키워드를 서로 나누었습니다.

 

 

 

 

김녕에서의 만남을 뒤로하고 자전거는 서쪽을 향해 계속 달려나갑니다.

너븐숭이 43기념관에 잠깐 들러 추념한 다음 에메랄드빛 바다의 함덕으로 향합니다.

 

함덕 서우봉 해변은 정말 아름다운 제주의 핫플레이스입니다.

유행에 휘둘리지 않는, 전통적인 관광 명소라고나 할까요.

서우봉에서 바라보는 함덕 해변은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답죠.

 

단점은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

번화가에서 재빨리 빠져나와 잠시 한숨을 돌립니다.

 

 

 

 

조천 해안 도로에서 원당 오름을 다시 만났습니다.

며칠 전, 뉴스타호 갑판에서 아침 일출과 함께 바라보았던 그 오름입니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난 듯, 반가운 인사를 건네봅니다.

 

 

 

 

원당 오름과 삼양 해변을 지나 제주시에 들어왔습니다.

국립 제주 박물관에서 잠시 숨을 돌린 다음 사라봉 꼭대기에서 정박 중인 뉴스타호를 다시 마주합니다.

반갑다. 덩치 큰 친구.

덕분에 좋은 추억 만들고 가는구나. 고마워.

 

 

 

 

김녕에서 그랬던 것처럼 하늘은 다시 석양으로 물들고, 여행자는 오랜만에 텐트가 아닌 곳에서 다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조금씩 작아져가는 제주를 보며 여행자는 마음속으로 손을 흔들어봅니다.

밤이 깊어갈 때까지 오랫동안 계속해서 말이죠.

 

 

 

 

...

 

그렇게 다시 부산으로 돌아왔습니다.

김녕에서의 그 아름답던 석양이 부산 앞바다의 조양이 되어 돌아오는 여행자를 맞이합니다.

 

여행이란 게 참 묘해서 집에 있으면 떠나고 싶고, 떠나면 돌아오고 싶어집니다.

당분간은 무난하게 지내겠지만, 곧 떠나게 되리란 걸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일상을 살아가며 늘 새로운 세상을 꿈꾸어봅니다.


떠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설렘의 연속입니다.

그래서 몸은 돌아왔지만 마음은 계속 여행 중입니다.

삶은 여행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