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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캠핑

자전거 기차 여행, 강원도 주문진 향호리 캠핑

그동안 주야장천 제주도만 왔다 갔다 하다가 불현듯 강원도에 가고 싶어 잠깐 다녀왔습니다.

십년 전에 엠티비 타고 다녀온 이후로 두 번째 강원도 자전거 여행입니다.

 

그때와 비교해서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해파랑길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돌길, 계단 등 일부 매끄럽지 못한 구간도 있었지만, 비교적 라이딩할 만 하더군요.

무엇보다도 탁 트인 바다를 보며 달릴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았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여행자로서,

여행 계획을 세울 때 가장 고민되는 것은 교통편입니다.

짐이 간단하면 시외버스로 다녀올 수 있겠으나,

자전거와 80리터급 배낭을 함께 실어야 하므로 버스는 좀 힘들 것 같더군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기차로 결정했습니다.

마침 부전에서 출발하는 강릉행 무궁화호의 시간대가 맞아 그걸로 선택하고 표를 예매했습니다.

문제는 소요 시간이 8시간이 넘는다는 거...ㄷㄷㄷ

국내 최장 근성 노선입니다.ㄷㄷㄷ

 

...

 

여행 첫날, 아침 일찍 부전역에 도착했습니다.

강릉행 무궁화호, 8시간짜리 근성 열차가 벌써 대기 중이네요.

평일이라서 그런지 사람도 별로 없고 한산합니다.

 

 

 

 

가장 뒷좌석으로 예매한 이유는 짐을 놔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배낭을 먼저 구석에 밀어 넣은 다음 접은 자전거를 옆에 둡니다.

드디어 출발!!

 

 

 

 

동해남부선인 울산 지나 경주로,

다시 중앙선으로 접어들어 영천 지나 안동을 거쳐 영주까지,

이후 영동선으로 노선을 갈아탄 열차는 우리나라 최고의 오지역이라는 양원역과 승부역을 지나 계속 달리고 달립니다.

 

강원도를 정통으로 관통하는 열차는 동백산역을 지나 국내 최장 길이의 나선형 터널인 솔안터널로 접어듭니다.

태백시 근처의 지도를 보면 고리 모양의 특이한 철도 노선이 보이는데요, 바로 솔안터널입니다.

나선형 터널은 기차가 경사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실제 솔안터널의 입구와 출구의 고도차이는 약 400미터가 된다고 하네요.

 

 

 

 

솔안터널을 나온 열차는 강원도 오지 산골을 뒤로 한 채 강릉을 향해 계속 달립니다.

동해를 지나 묵호로, 옥계를 거쳐 정동진에서 잠시 숨을 고릅니다.

 

 

 

 

...

 

무려 8시간이 넘게 지난 후, 드디어 강릉역에 도착했습니다.

집에서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 도착하니 곧 해가 질 것 같네요.--;

앞 벤치에 카메라 놔두고 셀카 한 장 찰칵!!

 

 

 

 

자전거 타고 주문진에 도착하니 날이 꽤 어두워졌습니다.

급하게 텐트 친 다음 정리하고 바로 잤네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여행지에서의 첫날을 알리는 해가 서서히 떠오릅니다.

 

 

 

 

새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는 순간을 너무 좋아합니다.

캠핑의 이유이기도 하죠.

바닥이 모래라서 팩 없이 텐트 쳤더니 쭈글쭈글, 모양이 별로 안나네요.

 

 

 

 

해안 길 따라 자전거 타고 신나게 달려봅니다.

정말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네요.

 

 

 

 

 

텐트를 솔숲으로 옮겼습니다.

직사광선을 많이 쬐면 텐트의 수명이 짧아지거든요.

원래는 텐트 위에 타프를 쳐야 하는데 무거워서 안 가져 왔습니다.

 

 

 

 

텐트 내부의 모습입니다.

이 텐트는 전실이 엄청 넓어 자전거까지 보관할 수 있죠.

나름 자전거 여행 전용으로 애용하고 있습니다.

슬슬 저녁 준비할 시간이네요.

 

 

 

 

저녁 메뉴는 소고기무국입니다.

팽이버섯, 김치와 함께 미니멀하게 세팅했네요.

잘 먹겠습니다!

 

 

 

 

...

 

꿀잠 자고 다음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어제와 달리 구름이 옅게 끼었네요.

운동 삼아 산책 잠깐 다녀와서 아침을 준비합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아침 메뉴는 카레입니다.

개인적으로 카레를 무척 좋아하는데요, 아침에 카레만큼 간편하고 맛 나는 것도 없죠.

어제 먹다 남은 김치와 방울토마토도 함께 준비합니다.

 

 

 

 

아침 먹고, 버스에 자전거 싣고 속초에 왔습니다.

속초터미널에서 아야진까지 가는 중간에 나타난 켄싱턴 리조트.

22사단 신교대 퇴소할 때 면회 온 부모님과 같이 이곳에 하루 묵었었죠.

그때는 하일라비치 콘도였는데 지금은 이름이 바뀌었네요.

아~ 추억 돋습니다.

 

 

 

 

강원도 여행 중 지겹게 보이는 해안 철책선.

이제 철거할 때도 되지 않았는지...

 

 

 

 

드디어 아야진에 도착했습니다.

예전부터 여기에 꼭 한번 와보고 싶었죠.

뇌종부대(지금은 율곡부대로 바뀜) 신교대에서 훈련받던 생각이 마구나네요.

 

 

 

 

후배 훈련병들 교육받는 모습을 스치듯이 지나쳐, 진입로 따라 동해 교회 앞마당에 와봤습니다.

그땐 왜 그리 초코파이가 먹고 싶었는지...

초코파이 받아먹는 재미로 일요일마다 동기들 틈에 끼어 여기로 오곤 했었죠.

그때 그 동기들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은 적막만 감돌고 있습니다.

 

 

 

 

다시 주문진으로 돌아왔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여행의 마지막은 고기입니다.

막걸리가 없어 아쉽기만 하네요(치과 때문에 금주 중ㅜ.ㅜ).

 

 

 

 

...

 

다음 날 아침, 잔뜩 흐린 날씨입니다.

일기예보에서 오후부터 비가 온다고 했는데, 곧 쏟아질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묵었던 사이트 정리한 다음, 다시 자전거에 짐을 싣고 떠날 준비를 합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온 듯 안 온 듯...

 

 

 

 

예비군 마크 달고 부대 정문을 나선 지 벌써 이십년이 넘었네요.

군 생활을 빡세게 안 해서 그런지 가끔 그때를 생각하면 그리움이 묻어나곤 합니다.

내리는 빗방울에 추억이 하나둘 녹아 들고...

기찻길 뒤로 스치듯 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