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캠핑하기 좋은 날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평일의 제주 중산간 지대는 여행자의 가슴에 고요함으로 남습니다.
고요함은 여유로움으로 이어집니다.
길에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뒤에서 달려오던 차가 천천히 멈춥니다.
사진을 다 찍고 카메라를 내려놓으니 멈추었던 차가 다시 천천히 출발합니다.
여유로움은 다시 따뜻함으로 이어집니다.
피톤치드 가득한 편백나무숲, 찜해둔 곳에 보금자리를 만듭니다.
사방에서 새소리가 귀를 즐겁게 해주네요.
마법의 숲.
보이는 건 나무밖에 없습니다.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고기를 좀 샀습니다.
세팅하는 중에 해가 서서히 저뭅니다.
세팅이 끝났습니다.
저렴한 돼지 앞다리살과 팽이버섯의 조합이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먹기 좋게 자른 청피망 한조각이면 느끼함도 사라지죠.
...
다음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꿀잠 자다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청명한 새소리에 눈을 떴네요.
피톤치드 덕분인지 아침 공기가 상쾌합니다.
밥을 짓고 반찬을 준비합니다.
매콤한 볶음김치와 어제 먹다 남은 청피망을 잘라 코펠 뚜껑에 담습니다.
오늘 아침 메인은 닭곰탕입니다.
끓이는 동안 맛난 육수 냄새가 주위로 퍼져나갑니다.
근데 어디서 나타나는 파리 한두마리. 앵앵~~
곰탕을 끓인 후 막 먹으려는데 갑자기..
엄청나게 많은 파리들이...--;
원래 계획은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여유롭게 아침 식사를 하려고 했지만,
예상치 못한 파리 떼의 습격으로 결국 텐트 속으로 피신해야 했습니다.
고기 궈 먹을 때에는 한 마리도 안보이던데 닭곰탕 냄새에는 환장하고 달려드네요.
어쨌든 텐트 속에서 모양 안 나게 아침을 먹고 천천히 산책해봅니다.
...
제주 올레길 조금 걷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오늘 저녁도 고기!!
하나씩 세팅해 나갑니다.
오늘은 고소한 두부와 아삭한 김치가 추가되었습니다.
어제보다 한결 푸짐해 보이네요.
군침이 돕니다.
고기 궈 먹는 도중에 서서히 해는 지고, 주위가 조금씩 어두워져 갑니다.
랜턴을 켜기 위해 스탠드를 찾는데...
안보입니다.
분명히 여기 놔두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보입니다.
올레길 걷는다고 자리를 비운 사이에 까마귀가 물고 간 것 같습니다.
급한 대로 적당한 나뭇가지 주워서 랜턴을 대충 걸어봅니다.
다행히 잘 버텨주네요.
...
하룻밤이 또 지나고..
이제 집에 가기 위해 다시 짐을 꾸렸습니다.
여전히 제주는 묵묵히 위로를 건네고, 저는 또다시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온 듯 안 온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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