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기다리며...
밀양행 열차 구석에 적당히 구겨져 동행하는 친구.
늘 지나다니던 낙동강 자전거길이 차창 밖으로 빠르게 지나갑니다.
밀양역.
그곳에서 받은 웰컴 꽃다발.
밀양 시내를 휘감아돌아 나가는,
밀양을 밀양답게 만들어주는 밀양강의 풍경.
그리고 영남루.
밀양은 물의 도시입니다.
밀양 외곽.
초록으로 물든 벚나무.
맑게 흐르는 밀양강 줄기 하나.
단장천 따라가는 길.
어느새 천으로 강등되어버린 밀양강.
가끔 불어오는 약한 순풍.
산기슭 따라 북쪽으로 도망가는 겨울.
산 아래는 이미 녹음이 짙습니다.
단장면의 어느 한적한 도로.
표충사 분기점.
왼쪽은 얼음골로, 오른쪽은 표충사로 길이 이어집니다.
산기슭 따라 불어오는 하늘하늘 산들바람.
그 산들바람에 묻어오는 봄 내음.
그 봄 내음 따라가는 여행자.
표충사 가는 길.
따뜻한 4월의 햇볕과 함께 가는 길.
유채꽃향기 맡으며 가는 길.
표충사 진입로.
운치 있는 소나무 터널 길.
나무 사이사이로 사작사작 스며드는 봄.
재약산 분기점.
왼쪽 평지 길은 표충사로, 오른쪽 오르막은 재약산으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목적지는 재약산 사자평, 조금씩 힘이 들어가는 다리 근육.
기와지붕과 담장 사이로 웅장하게 보이는 재약산의 능선.
여전히 산기슭 따라 꼭대기로 도망중인 겨울.
재약산 임도 초입.
하늘거리는 나뭇잎 사이사이에 봄볕이 따스하게 스며듭니다.
위험!!
아찔한 임도.
울퉁불퉁 자갈밭길, 조심조심.
계속 이어지는 자갈밭길.
가끔 들려오는, 적막을 깨트리는 이름 모를 산새소리.
그리고 저 멀리 아스라이 보일랑 말랑 하는 표충사 진입로.
재약산까지 1.9km.
조금만 더...
고도가 높아지는 만큼 주변의 나무들은 점점 사라지고, 길은 점점 나빠집니다.
종종 들려오는 부스럭거리는 소리, 황급히 몸을 숨기는 다람쥐 친구들.
아!! 재약산.
완만한 능선의 모습이 오랜 친구처럼 낯설지 않습니다.
마치 어디선가 본듯한...
자갈길에 지친 마음, 내심 포장 임도를 기대했으나...
자갈길은 양반입니다.
경치 좋은 곳에 알맞게 놓여 있는 데크.
잠시 숨을 좀 돌려봅니다.
이윽고 나타난 사자평.
그리고 사자평에서 바라보는, 흡사 제주의 오름처럼 정갈한 모습의 재약산.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따뜻한 오후의 봄 햇살, 유유히 떠가는 작은 구름조각들...
그때의 그 아끈다랑쉬... 영남 알프스 안에 제주가 있었네요.
원래는 사자평을 지나 배내고개까지 가기로 계획을 세웠지만, 막상 와보니 도저히 길을 못 찾겠더군요.
해도 이미 서쪽으로 제법 기운 시간이라 그냥 돌아가기로...
집에 가서 천천히 다시 한번 루트를 짜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내려왔습니다.
돌아오는 길.
늦은 오후의 해는 길고 짙은, 여운의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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