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서 그런지 멍한 느낌으로 도착한 울산 터미널.
도심 한가운데 뜬금없이 서있는 대관람차가 인상적입니다.
바람막이까지 챙겨 입었지만, 아직은 쌀쌀한 이른 아침.
찌뿌둥한 울산의 아침 하늘과 한산한 거리.
여느 도시의 아침 풍경.
시 외곽으로 나오니 가로수의 수간이 굵어집니다.
출근시간이 가까워지자 늘어나는 차량 소리.
하지만 여전히 한산한 거리.
감포 가는 길.
신라 문무대왕의 수중릉이 있는 곳.
그러고 보니 동해안 가본 지도 오래되었네요.
무룡산 자전거길 입구.
원래 자동차가 다니던 길이었는데, 근처에 더 빠른 길이 뚫리면서 기존의 길은 자전거길로 재활용되었네요.
우리나라에 이런 길이 많이 있다죠.
자전거길 초입에 운치 있는 못이 있어 잠시 숨을 고릅니다.
유유히 헤엄치는 한 쌍의 오리 가족.
멀리서 간간이 들려오는 작은 산새소리, 숲내음.
무룡산 가운데 고개 가는 길.
소류지에서 들려오던 청명한 산새소리가 계속 따라옵니다.
차 한 대 다니지 않는 고즈넉한 도로.
흐린 하늘 사이로 희미하게 비치는 햇살.
산들바람에 묻어오는 산새소리에 노래 한 곡을 살짝 올려봅니다.
임형주의 샐리가든.
자동차의 길과 자전거의 길.
각자만의 속도로 유유히 흘러가는 세상.
가볍게 고개를 넘었습니다.
고개 하나 넘었을 뿐인데, 확연히 달라진 주변 풍경.
파란색 자전거길을 따라 계속 동쪽으로...
드디어 나타난 동해 바다.
소소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일렁이는 작은 물결, 장단 맞춰 조금씩 흔들리는 배.
어촌마을 특유의 갯내음 풍만한 정자항의 일상.
바닷바람에 실려오는 포말 부스러기의 시원함.
해파랑길 종주 한번 해야지...
라고 생각만 하다가 이렇게 하루 여행으로 맛만 살짝 봅니다.
외진 곳에 이렇게 큰 빌딩을 지어놨네요.
주말이나 휴가철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인가 봅니다.
아직은 빌딩이 낯선 해변의 텐트 몇 동.
바람이 조금씩 강해집니다.
점점 높아지는 파도.
바위에 부딪힌 파도는 포말이 되어 하얗게 흩뿌려집니다.
자전거길 맞아?
끌바하기엔 좀 어중간한 경사로.
본격 멜바 구간.
산들바람에 설레는 노란 봄꽃과 함께 처음 만난 경주시 표지판.
경상남도와 북도의 경계를 지나갑니다.
파도의 흔적,
파란색 라인 따라서 계속 북쪽으로 올라가는 자전거.
마치 제주 올레 같은 느낌을 살짝 받았습니다.
동해안 어느 외진 곳에 그리운 제주가 숨어 있었다니...
오랜만에 느껴보는, 길 내는 이의 따뜻한 마음.
벽화가 예쁜 어느 집 앞에서...
파도 소리를 벗 삼아 계속 북쪽으로 올라가던 자전거 앞에 나타난, 회색의 월성 원자력 발전소.
이곳에서 자전거는 함께 달려왔던 해파랑길을 뒤로하고 본격적으로 경주를 향합니다.
양남면 고개 초입, 우회 도로.
원래는 발전소 옆 도로를 통과하여 봉길 대왕암과 감은사지 석탑을 경유하려고 했으나...
무슨 이유인지 도로를 막아놨더군요. 아쉽...
소소한 업힐, 양남면 고개 정상.
해발 150미터가 채 안 되는 고개라 가뿐하게 넘어갑니다.
어느새 푸르름을 되찾은 하늘과 높이 떠가는 작은 조각구름들.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지는 교외 어느 곳.
경주까지 31km.
경주로 이어지는 추령 고개 초입.
저 멀리 아스라이 추령재와 석굴암이 있는 토함산이 보입니다.
종종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에 몸을 떠는 나뭇가지, 여전히 푸른 하늘.
추령재 넘어가는 업힐 구간.
급하지 않고 완만한 경사가 계속 이어집니다.
멍 때리고 있다가 인기척에 급하게 도망가는 다람쥐 친구.
무룡산 자전거 도로와 같은 운명의 추령재 옛길.
업힐 내내 자동차 하나 보이지 않는 고요함.
조금씩 고도를 높여가는 자전거, 거칠어지는 숨소리.
추령 고개 정상.
산새소리와 바람 소리에 섞여 어디선가 들려오는 대금 소리.
찻집의 주인은 이곳을 찾는 여행자를 위해 정원을 아기자기 예쁘게 꾸며놓았습니다.
운치 있게 스며드는 대금 소리를 벗 삼아 잠시 숨을 돌립니다.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은 기분 좋은 다운힐.
완만한 추령재의 경사 따라 조금씩 줄어드는 위치에너지.
그만큼 가까워지는 경주.
덕동호를 지나는가 싶더니 다시 나타난 파란색 자전거길.
그리고 보문호.
오랜만에 다시 왔네요.
한 삼 년 만인 것 같습니다.
코로나 이후로는 와보질 못했으니...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따스함, 눈꽃처럼 흩날리는 솜털.
언제 봐도 항상 신비로운 천년의 숲.
그렇게 반가움의 깊이만큼...
늦은 오후의 그림자 또한 깊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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